1. 항공법상 ‘인적 과실(Human Error)’ 정의와 관리 체계
항공기술은 현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그 중 약 70% 이상이 ‘인적 과실(Human Error)’ 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기계보다 사람이 더 큰 위험 요인이라는 점은 역설적이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따라 항공법상 인간의 실수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다루는가의 문제는 항공안전 관리에 있어 핵심 주제가 되었습니다. 이글에서는 인적 오류의 개념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관리 체계 또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인적 과실'이란 무엇인가?
‘인적 과실’란 조종사, 정비사, 관제사 등 항공 관련 종사자가 의도치 않게 절차, 규정, 판단을 잘못 수행하여 시스템 성능이나 안전을 해치는 모든 행동을 의미합니다.
유형은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 기억 오류: 필요한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잘못 기억함
- 판단 오류: 상황 인식을 잘못하거나 판단 착오로 결정 오류 발생
- 기술 오류: 조작이나 절차 수행을 잘못함
- 의사소통 오류: 관제사·승무원 간 정보 전달 미흡으로 발생
인적 과실은 단순 실수 이상으로, 항공 운영 전체에 구조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3. 인적 과실과 법적 책임: 처벌 vs 예방
항공법에서 인적 과실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형벌적 관점: 실수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개인에게 과실치사 또는 항공법 위반 책임을 묻는 방식
- 예방적 관점: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시스템과 환경이 그것을 방지·완화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접근
최근 국제적 흐름은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즉, 개인 처벌보다 시스템 분석과 개선을 통해 실수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 방향이 미래의 사고 예방에 더 낫기 때문입니다.
4. 인적 과실 관리체계: HFACS와 TEM
항공 안전관리 시스템에서는 ‘인적 과실’을 단순 실수로 보지 않고 관리 가능한 위험요소로 취급합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분석 도구들이 활용됩니다.
1) HFACS(Human Factors Analysis and Classification System)
- 사고의 원인을 조직적 수준부터 개별 실수까지 4단계로 분류하여 분석
- 조직적 영향
- 감독 실수
- 작업 환경 요인
- 직접적인 실수
이 시스템은 정책, 교육, 피로 관리, 인력배치 등 복합적 요인을 평가하여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드러냅니다.
2) TEM(Threat and Error Management)
- 조종사와 항공사가 실수를 예측하고, 인지하고, 복구하는 3단계 체계
- Threat: 예상 가능한 외부 위협 식별
- Error: 발생한 실수에 대한 인식 및 조치
- Management: 실수를 최소화하고 비행 안정성 회복
TEM은 단순 실수 분석이 아니라, 실수에 대한 회복력과 절차적 복원력 강화에 초점을 둔 도구이자 체계입니다.
5. 대한민국 항공법 내 인적 과실 관련 규정
대한민국 항공안전법은 인적 과실 자체를 직접 규정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간접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 비행 승무원 자격요건 및 교육 이수 규정
- 항공사 피로 관리 및 안전관리 시스템 의무화
- 사고·준사고 발생 시 자율 보고 제도 운영
- 정비사·관제사 업무절차와 오류보고 체계 마련
또한, 항공사 내부 규정을 통해 HFACS나 TEM 기반의 위험 분석과 직원 교육은 의무화되고 있습니다.
6. 자율 보고제도와 인적 과실
인적 과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 위해서는 자율 보고제도가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실수가 있었던 절차, 환경, 원인 등을 수집하고 개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 실수 보고 시 징계 우려로 인해 보고 회피
- 자율 보고 자료가 형사책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불신
- 항공사 간 자율성 수준 차이
이에 따라 ‘보고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 즉 Just Culture(공정문화) 개념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조종사 사이에서는 보고에 대해 주저하지 않는 문화를 특히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하나의 덕목이자 직업윤리 측면으로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7. 국제 기준과 국내 적용의 간극
국제적으로는 ICAO, FAA, EASA 등에서 인적 과실의 예방 중심 접근을 권장하고 있으며,
국내도 항공안전법 개정을 통해 일부 이를 수용하고 있지만 아직 차이가 큽니다.
예컨대:
- FAA는 보고된 인적 오류에 대해 면책 조항을 통해 자율성을 장려
- EASA는 기내 감시 시스템(LOSA) 도입을 통해 행동 패턴을 구조적으로 분석
- 국내는 여전히 징계 가능성이 있어 자율 보고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짐
8. 결론: 결국에는 사람이 약점이 아니라 핵심
인적 과실은 사람이 조종하는 한 절대 0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예측하고, 관리하고, 복구하는 시스템을 설계 및 개발함으로써 위험을 충분히 줄일 수는 있습니다.
항공법은 "벌칙의 도구"가 아니라, 예방 중심의 운영체계 기반으로 진화해야 하며, 모든 항공사고를 아우를 수 있는 기반으로서 작용해야 합니다. 이는 개인, 조직, 법률의 신뢰가 전제될 때만 실현됩니다.
앞으로의 항공안전은 사람의 실수에 보다 집중하여,
사람의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기술 발전과 함께 완성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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